한편, 파이에게 한 시간정도 성 주변을 산책하고 온다던 볼프강은... “이게 말이 되냐고!”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일단 자리를 비켜줘야 할 거 같았기에, 1시간 정도 주변을 둘러보고 오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볼프강을 발걸음을 딛는 데마다 막다른 길이었고, 그렇게 누군가가 의도한 것처럼 숲을 돌고 돌다 종국에는 길을 잃어버리는 데에 그친 것이었다. 볼프강은 들을 이가 아무도 없을 터인데도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아무리 만화라도 이렇게 작위적인 설정은 안 한다고! 자주 드나들던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게 말이 돼!?” 도대체 누군가에게 하는 불평인지는 모르겠다만, 볼프강이 항상 다니던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그걸 가장 잘..
마카롱을 우물거리는 비안카의 왼쪽에는 루나가, 오른쪽에는 소마가 각각 서 있으면서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들의 방향에 있는 비안카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붙잡으면서. 루나가 됐다, 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뿌듯하게 끄덕였다. “역시, 잘 어울릴 줄 알았어!” 루나가 잘 어울린다고 하는 건 비안카의 왼쪽 트윈 테일을 묶고 있는 옅은 벚꽃색 리본에게 한 말이었다. 그에 반해 오른쪽에서 소마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루나 것도 잘 어울리지만, 내 것도 괜찮지 않아?” 소마가 말하는 것도 루나와 같은 리본을 뜻하는 바였지만, 소마의 리본은 좀 더 진한 짙은 분홍색의 리본이었다. 위쪽에 가지런히 묶여있는 루나 쪽 리본과는 달리, 소마 쪽 리본은 그보다는 살짝 아래에 묶여있었다. 만약 볼프강이 ..
"선배, 잠깐 이리 와 보시죠." "...?" 갑작스러운 후배 겸 사랑스러운 애인의 말에 볼프강은 의구심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의문은 곧장 접고서 보고 있던 e-book에 책갈피를 끼우고서, 태블릿의 전원을 껐다. 파이는 지금 볼프강의 개인실에서, 볼프강의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신발까지 벗고 아주 편안하게 있어서 누가 보면 볼프강이 객(客) 신분일 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읽을 때는 의자가 편하다면서 볼프강은 서재 의자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의자 옆에 쌓인 요깃거리가 제법 많은 걸로 봐서는 의자에서 용케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눈에 보였다. 볼프강은 파이를 따라 침대에 푹- 앉았다. 1인분의 무게가 더해지자, 침대는 잠시 요란스럽게 출렁거렸다. 볼프강과 파이는 서로 마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