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서 깊은 도시에는 르네상스 시대쯤에 만들어진 오래된 분수대가 하나가 있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그 분수대의 고풍스러움과 오랜 세월을 견딘 인내력에 감탄을 자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허나 이 분수대가 유명해진 것은 앞선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일명 ‘천생연분을 만나게 해주는 분수대’ 라는 것이었다. 그 분수대의 효험에 대한 증언은 인터넷에 카더라 소식으로 들려온 게시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 분수대의 영험함을 무언가에 단단히 꽂혀버린 독실한 신자같이, 그렇기에 한없이 진지한 말투로 주장을 하였다. 이에 이 분수대는 그 유명세에 힘입어 수많은 젊은 남녀들의 필수 배낭여행 코스로 자리 잡게 된 것이었다. 물론 볼프강은 그런 거 믿지 않았다. 그냥 우연의 일치로 일어나게 된 것..
웬 아기 천사가 떨어졌다고 할 정도로 아이는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예닐곱 정도 되었을까? 어린 아이치고 이목구비가 제법 짙고 뚜렷하다. 갈색이 섞인 듯한 짙은 금발에, 독일인 중에서도 보기 드문 짙은 푸른색 – 언뜻 보면 보라색으로 보이는 - 의 벽안을 깜박이며 아이는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내리꽂고 있었다. 바로 청년이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에 온 정신을 빼앗긴 것이었다. 아이의 심각한 표정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청년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들은 참으로 귀엽다. 게다가 청년은 아이들을 대체적으로 귀여워하는 편이었고, 이곳에서 2년 간 장사를 하며 많은 어린이 손님들을 상대해왔으나 이렇게 깜찍하게 귀여운 꼬마 손님은 또 처음이었다. 아이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릴 때마다 조각상이 움직이는 듯, 묘..
※ 리퀘박스에 ‘볼프파이 볼 때마다 엄마미소 짓는다’ 라는 글이 2개 중복으로 올라가있어서 쓰는 짧은 ‘엄마미소 지어지는’ 볼프파이 2개 01.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데이트, 라고 불리는 걸 시간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저 둘이 본격적으로 할 재간이 없었던 시기의 일이었다. 그래도 모처럼의 둘만 있는 시간이었고, 불과 몇 분 전에 초토화시킨 훠궈의 양은 많았기에 둘은 잠시 그 근처를 산책하기로 결정했다. “참 맛집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선택한 맛집이라고. 맛이 없을 리가 있겠어?” “네이~네이~” 태평스럽게 저런 말은 하지만 볼프강은 안내 책자를 뒤져보면서 밤을 새운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중국인인 파이가 중국 음식을 안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었을 테고, 고향을 꽤 오래 ..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이 있습니다 ‘클로저라는 건, 이럴 때 여간 귀찮단 말이야...’ 볼프강은 아이 패드로 근 한 달 간 있을 일정표를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의 한 달, 스케줄이 꽉꽉 차 있었다. 딱 하루를 빼고. 발단은 아주 사소했다. 며칠 전의 이야기. 소파에 앉아 루나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던 파이가 자신의 뒤에 있던 볼프강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1주년이요? -곧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잖아.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파이의 담담한 반응에 볼프강은 살짝 서운했다. 일일이 날짜 체크까지 다 한 자신이 갑자기 좀 유난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잠시 생각하던 파이는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선배랑 1년이란 시간을 같이 보냈다니... -넌 말을 항상 ..
안녕하세요, 제목에서 보여지는 거대로 어워즈 상품 후기입니다. 발표를 12월 31일에 했는데 택배가 오늘 밤 10시쯤에 왔더군요. 저 위의 슬비가 저였습니다. 상품에는 상장, 달력, GM 손편지, 과자, 특별상품(이건 매년 달라집니다. 작년에는 티나 다키마쿠라와 검은양 쿠션이었습니다)가 있습니다. 넥슨캐시는 나중에 계정으로 추후 지급이 되어진다네요. 상자가 진짜 큽니다(...)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운데 상자가 커가지고 옮기는데 좀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상자가 2개 왔더군요.(다키 따로, 상품 따로) 2019년 클로저스 전용 달력입니다! 작년보다 훨씬 고퀄리티의 달력이네요. 작년에는 그냥 클립하나만 주어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는데...안에는 앤솔로지 이미지 등등이 있습니다. 왼쪽이 ..
◎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세트는 등장 이전)가 한 곳에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다!” 컨셉의 특전입니다.◎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이 있습니다.◎ 클로저스 온리전(2018.12.23) 부스에서 특정 금액 이상 구매하신 분들께 나눠드린 특전 회지에 있던 내용입니다. Ⅰ. Black Lambs – 파티 요리 담당 “요리 담당이라...제일 귀찮은 게 걸렸잖아.” “제비뽑기로 리더가 뽑은 결과이니 불평하지 말도록.” 제이가 지금 불만을 토로하는 누군가에게 꺼낸 말이었다. 혼자 만들 것도 아니고, 다 같이 만드는 것이니 손이 덜 갈수도 있잖아?! 제이의 제안에 세하는 금세 진지해졌다. “먹을 사람이 많으니 일단 많이 만들 수 있는 스튜 같은 걸 만들어 볼까요?” 파티 요리 준비가 걸려서 귀찮다고 ..
※ 파이 스토리(시즌 1 ~ 시즌3 챕터 1)의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 작가가 임의로 생각하고 해석한 부분이 있음※ 파이 스토리의 대사 중 각색한 부분이 있음※ 이야기의 시간대 뒤죽박죽※ 마지막 편※ 전편 : http://closerswriters.tistory.com/65 재능 있는 자를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파이는 그 감정을 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괴로워했다. 괴로움은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죄책감을 늘 가지면서 사는 삶이 어떠냐면, 아가미도 없는 생물이 심해에서 어찌저찌 호흡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과 같았다. 숨이 머질 거 같아서 제 몸에 있는 산소를 최대한 아끼려고 스스로 목을 조르는 꼴이다. 목을 조르나 안 조르나 어차피 죽게 되는 건 ..
※ 파이 스토리(시즌 1 ~ 시즌3 챕터 1)의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 작가가 임의로 생각하고 해석한 부분이 있음※ 파이 스토리의 대사 중 각색한 부분이 있음※ 이야기의 시간대 뒤죽박죽※ 전편 : http://closerswriters.tistory.com/64 눈보라를 조정해보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검을 이런 식으로 써보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기운이 쭉 빠졌다. 파이는 검을 지지대 삼아 잠시 주저앉았는데, 누군가가 파이의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아주 신기한 검이구나. 어디서 환청이 들렸다. 파이는 지금 자신에게 들린 이 목소리가 환청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할머님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아아, 몸이 너무 피로한 것일까...몸이 더 이상 잘 움직여지..
※ 파이 스토리(시즌 1 ~ 시즌3 챕터 1)의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 작가가 임의로 생각하고 해석한 부분이 있음※ 파이 스토리의 대사 중 각색한 부분이 있음※ 이야기의 시간대 뒤죽박죽 “그건 그렇고 정말 으슬으슬 춥네요. 기분 탓인지 전에 왔을 때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그렇습니까...” 도윤의 말에 파이는 휠 오브 포츈 바깥의 날씨 상황을 그때서야 체크했다. 흐릿한 회색 사이로 간간이 빛 같은 것이 내리쬐는 게 보였다. 하지만 거센 바람과 함께 날아오는 것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빛은 희끄무레한 색으로 보일 뿐이다. 파이가 중얼거렸다. “눈보라가...치고 있군요.” “눈보라가 잦아들면 탐색을 해주세요. 이런 날씨면 아무리 얼음을 다루는 손님이라도 많이 추우실테니...” “그 넓은 마음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