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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 스토리(시즌 1 ~ 시즌3 챕터 1)의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
※ 작가가 임의로 생각하고 해석한 부분이 있음
※ 파이 스토리의 대사 중 각색한 부분이 있음
※ 이야기의 시간대 뒤죽박죽
※ 전편 : http://closerswriters.tistory.com/64
눈보라를 조정해보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검을 이런 식으로 써보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기운이 쭉 빠졌다. 파이는 검을 지지대 삼아 잠시 주저앉았는데, 누군가가 파이의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아주 신기한 검이구나.
어디서 환청이 들렸다. 파이는 지금 자신에게 들린 이 목소리가 환청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할머님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아아, 몸이 너무 피로한 것일까...몸이 더 이상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추운데서 자면 안 되는데...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하지만 이 검이 있기 때문에, 파이는 타인들에 비해 추위나 더위에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즘의 상황 탓에 잠도 깊숙하게 자지 못하니 이렇게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건 당연했다. 앞으로의 작전 상황 또한 그렇게 순탄치 않을 것이 보이니 피로를 틈틈이 풀어줘야 할 거 같았다.
그럼 잠시라도, 10분밖에 잘 수 없는 쪽잠...이라도. 검이 지켜주고 있는지 이제는 몸이 나른하기까지 하다.
파이의 감겨지는 두 눈 사이로 지금 자신이 쥔 검을 가운데에 둔 할머님과 슈에가 보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파이는 소외된 상태였다.
* * *
-아주 신기한 검이구나.
-할머님도 이런 검은 처음 보시나요?
한 공간 안에 분명 세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한데, 파이는 그 누구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할머님은 슈에가 가지고 온 검에, 슈에는 자신이 가지고 온 검에 대한 결과에 대해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파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거리에 있던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이 하는 대화가 또렷이 들리는 곳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파이는 벽지 취급이었다.
-아주...귀중한 보검임이 틀림없구나. 슈에, 이런 검이 정말 주인 없이 동굴에 있었다는 말이냐?
-네! 언니도 같이 있었어요. 그렇지, 언니?
-어? 어어...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파이는 살짝 당황했다. 아예 두 사람만의 세계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할머님은 계속해서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검에서는 따뜻한 실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계속 성에가 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요사스럽게 보던 파이의 귀에 할머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이 좀 차갑구나. 너무 오랫동안 밖에 있어서 그런 건가? 아니...내가 보기엔 검 스스로가 냉기를 뿜어내고 있구나...이 성에를 보렴.
-어어...아마도 그런 거 같아요. 할머님께서도 이런 검을 처음 보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내 평생 이런 검은 처음이구나.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있을 거 같구나. 그러니까 슈에, 네가 가지고 있거라.
-넷? 제, 제가요?
자신이 당분간 그 검을 가지고 있으라는 말에 슈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자 할머님은 아주 당연한 소리를 물어보냐는 표정이었다.
-네가 먼저 찾은 거잖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는 처음 발견한 네가 주인이다. 그리고...
-...
-그런 검은 재능이 넘치는 네가 주인인 게 가장 잘 어울린단다.
마지못해 받은 검을 만지작거리던 슈에는 오히려 파이보다 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작 파이는 담담했다. 역시,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할머님의 논리는 틀린 것이 없었다. 먼저 발견한 것도 슈에, 그 검을 세상 밖으로 가지고 나온 것도 슈에, 그리고 저런 요사스러운 검은 자신과 같이 평범한 자보다는 재능이 있는 자에게 ‘당연히’ 어울린다. 그러므로 당연히 슈에의 것이 되는 게 맞았다.
파이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을 바랬기에 이곳에서 계속 있었던 걸까. 할머님의 방밖으로 나가는 파이를 슈에는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그 날 밤, 대나무 숲으로 잠시 산책을 가려는 파이를 슈에가 붙잡았다.
-언니, 할머님의 말씀은 신경 쓰지 마. 원래 그러신 분이잖아.
파이는 살짝 신경질이 올라오려던 참이었다. 그거 때문에 기분 전환 겸 산책이라도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파이는 착한 동생의 걱정임에도 불구하고 퉁명스럽게 말이 나가버렸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언니랑 몇 년을 살았는데! 언니 기분이 어떤지는 다 안다고!
슈에는 착했다. 심성이 그런 것도 있었지만, 위대한 사람일수록 항상 겸손하게 살라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은 결과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파이가 받은 교육은? 네 주제에 겸손해야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라고 배워왔다.
슈에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 파이에게는 늘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
갑자기 치가 떨렸다.
따스한 동생의 손길을 파이는 살짝 내쳤다. 슈에가 덧붙였다.
-언니, 밤바람이 너무 차가워. 걸칠 거라도 입고 가.
-됐어. 금방 다녀올 건데. 게다가...난 너랑 달라서 계속해서 수련을 해야 한다고.
-언니...
이러려던 게 아닌데...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결국 파이는 실내복 차림 그대로 바깥에 나왔다. 슈에의 말처럼 추운 밤바람이 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뛰어서 땀을 좀 흘리고 나면 추운 건 금방 잊어버릴 테니까.
추운 밤에, 숲 사이를 뛰어다니며 파이는 슈에가 자신에게 늘상 해주었던 따스한 말들을 떠올렸다.
-난 언니가 좋아.
-언니도 금방 나만큼 키가 클 거야...!
-언니는 나보다 훨씬 노력하니까 분명 나를 뛰어넘을 거야.
-언니, 언니는 나보다 훨씬 더...
그 때 생각해보면 슈에의 그런 말들은 전혀 위로가 아니었다. 아니, 겉으로는 ‘위로’ 라고 받아들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슈에의 그런 따뜻한 격려가 ‘가식적’ 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슈에는 언제나 진심이었다. 파이처럼, 거짓이 없고 올곧은 사람. 자매이기에, 쌍둥이기에 슈에도 파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마음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려야 했었다.
그렇게 조금씩 어긋났을 때부터, 이 자매의 앞날은 이미 예견된 건지도 모른다.
* * *
“이봐...”
“...”
“이봐, 일어나, 애송이!”
“...볼프강 슈나이더 선배?”
잠시 꿈결을 거닐고 있었는데, 거칠게 흔드는 손길에 흩어져버렸다. 자신을 거세게 깨운 사람이 누군지 쳐다보니, 볼프강이었다. 볼프강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자고 있는 파이를 내려다보았다.
“너 이런데서 왜 자고 있어?! 감기라도 걸리고 싶어서 그런 거야?”
“...깜빡 잠이 들어버린 거 같습니다.”
“아주 대단한 재주구만.”
비아냥거리는 볼프강의 말투에도 파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파이를 보며 볼프강은 턱으로 휠 오브 포츈을 가리켰다.
“그렇게 정 피곤하다면 빨리 들어가서 자라고.”
“하지만...아직 정찰 임무를 마저 끝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네 몫까지 대신 해줄 테니 빨리 들어가! 나중에 정말로 쓰러지지나 말고.”
뭐라고 투덜거리는 볼프강을 파이는 빤히 쳐다보았다. 볼프강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금세 파이의 눈짓을 알고 이상하냐는 표정으로 뒤돌아보았다.
“뭐야? 사람을 왜 그리 빤히 쳐다보고.”
“...선배는 가끔씩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좋을 대로 생각해. 거기에 관해선 토 하나 달지 않을 테니.”
어서 들어가 자기나 해. 그게 지금의 날 도와주는 거니까. 볼프강이 저만치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서야 파이는 그제야 휠 오브 포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저 게으름뱅이 선배가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보고 나서 말이다.
* * *
최근 타인에게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그런지 요즘 따라 과거의 일을 자주 보곤 한다. 꿈속에서든, 가만히 앉아있는 자투리 휴식 시간에서든.
파이가 위상력에 각성한 건 12살쯤이었다. 파이 스스로가 자각 하지는 못했다. 최초의 발견인은 슈에였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재료인 갈대를 꺾을 때 말이다.
-슈에, 나 다 했어. 이제 돌아가자.
-어, 언니? 나 아직 다 못했는데...최근 언니는 진짜 빠르네!
처음에는 파이는 천재인 슈에보다 잘 하는 것이 하나쯤은 생겨서 뿌듯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손이 빠르다는 것과는 별개의 결과가 생기기 시작했다. 슈에의 운동 신경을 웃도는 일이 일어나자, 할머님은 범상치 않는 일이라며 외부인을 초청해 파이에게 검진을 받게 했다.
결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위상력이라는구나.
-위상력이요...?
-나도 처음 보는 구나. 소수의 인간만이 각성한다는, 일종의 초능력이라는 구나.
할머님의 설명을 듣자, 파이의 가슴이 급하게 뛰었다. 쌍둥이기에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서 슈에도 같이 검진을 받았지만 위상력에 각성을 한 건 파이뿐이라고 했다.
슈에는 평범한 인간의 몸. 하지만 파이는 위상력을 쓸 수 있는 위상능력자의 몸!
그 날 너무 기뻤던 파이는, 왠지 언짢아하는 할머님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위상력에 각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파이는 슈에와 비슷한 계단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 파이의 빨라진 움직임, 강인해진 근력 등을 보게 된 마을 사람들도 아예 재능이 ‘없던’ 파이에 대한 구설수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다른 이야기가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어째서 언니만 위상력에 각성한 걸까?
-어쩌면 조만간 동생도 각성할지도 몰라!
-맞아, 위상력은 15세 전후로 각성한다고 하던데...
-그렇게 된다면 또, 동생이 추월하겠네.
이제 사람들은 슈에가 ‘언제’ 위상력에 각성하는지에 대한 입담을 올리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파이가 슈에와 비슷해진다거나 더 우위에 선다거나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꼭 슈에가 위상력에 각성하여 파이를 다시 이기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슈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자신이 좋아하는 언니와 같이 동등하게 수련도 할 수 있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파이도 똑같았다. 그러나 언제나 마을 사람들 등 주변 평가에 민감한 건 파이 쪽이었다. 결국엔 이런 소리까지 들었다.
-왜 위상력은 저런 재능 없는 언니를 택한 걸까? 여러모로 보나 동생이 참 제격인데...
그 말, 잘못 들은 거라 믿고 싶었다. 파이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위상력이라는 특수한 것에 힘을 빌어서야 겨우 동등해지는 척 하는 자신의 재능 없는 몸이 한탄스러웠다.
슈에는 결국 위상력에 각성하지 않았다. 다만 아주 희귀한 검의 주인이 되었다. 그 검을 들고 슈에는, 파이와 계승자 최종전을 치렀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슈에의 승이었다.
그 결과가 나오고서야, 할머님을 비롯한 촌장, 마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망가질 때로 망가진 파이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항상 빛만 나던 천재의 곁에 가서 축하와 축복을 내려주었다.
사람들에게 둘려진 슈에가 겨우 빠져나와 파이에게 온 것은 자정이 지난 새벽이었다. 어스름한 빛 사이로 보인 슈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슈에는 언제나처럼 파이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언니, 있잖아, 언니도 참 열심...!
-열심히 하면 뭐해. 결과가 중요하지.
-언니...?
평소랑 다른 싸늘한 표정의 파이로 인해 슈에는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 단호하고, 상처를 받은 언니의 모습을 슈에는 보지 못했다.
파이는 파이 나름대로 축하를 해주었다.
-축하해, 일족의 천재. 난 아무리 해도 널 영원히 못 따라갈 거야.
-언...니?
-따라 오지 마. 난 수련하러 가야하니까.
이젠 수련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의미를 모르겠지만...또 제 곁에서 가버리려고 하는 파이를 슈에는 꼭 붙잡았다. 손아귀의 힘이 억세서 위상능력자인 파이도 살짝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파이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따라 오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야, 따라갈 거야.
그 다음 말에는 파이는 살짝 의지를 담아 소리쳤다.
-이거 놔, 슈에!
그러자 슈에도 만만치 않게 제 언니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노기(怒氣)를 표출했다.
-언니는 언제나 이렇게 피하려고만 해. 내 마음도 모르고!
-...
-언니는...언니는! 언니는 나보다 훨씬 더...!
아마도 그 날 자매는 처음으로 크게 싸웠다. 그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기만 하다. 인간은,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잊으려고 하니까. 근데 참 신기하다.
그 싸움은 기억이 희미하면서, 어째서 그 직후 일어난 ‘그 사건’ 에 대한 기억은 왜 이렇게 또렷한지.
* * *
“저희 일족은 바깥 세상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동생이 발견한 검이 차원종의 무기인 걸 어쩌면 영원히 몰랐을 수도 있죠.”
“그렇군요.”
“하지만 정기적으로 하는 제 검진을 위해 찾아오는 유니온 관계자에 의해, 그 무기에 대한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체라고 해도 그게 제1위상력 관련 무기라는 것만 아는 수준이다. 이 검은 마치 의지를 가지고 있듯이 냉기를 뿜어낸다는 것도 파이가 검을 쓰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검에 대한 정보는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그런 걸로 슈에를 구해낼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꽉 쥐는 검의 한기에 파이가 중얼거렸다.
“검이, 너무나도 차가워요.”
항상 차가웠는데, 요즘 들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파이의 뒷말에 도윤은 그제야 궁금한 게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손님의 동생 분께서는 일반인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그 검은 비위상능력자가 써도 된다는 소리군요.”
“검에게 선택을 받는다는 가정을 하면 그렇습니다.”
그에 대한 아주 좋은 본보기가 슈에였다. 실제로 슈에는 검을, 파이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파이보다 훨씬 더 잘 다루었다. 검을 쓸 때마다 슈에의 손길이 느껴지는 적도 적지 않았다. 그 손길의 흔적으로 인해 파이는 슈에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계속 그 검을 통해 베어나갈 수 있었다.
도윤이 말했다.
“일반인도 사용한 검이라면...그렇다는 건 그 검을 노리던 자가 많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요.”
“동생이 그렇게 된 이후, 알게 되었습니다. 슈에의 재능을 탐낸 건 저 뿐만이 아니었더군요.”
그 사실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 그렇게 슈에에 대한 감정이 더 증폭된 건 안 봐도 비디오였다. 도윤이 물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검이 도난당한 일도 있었다는 뜻인가요?”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범인들을 금방 잡았습니다. 그 이유가 이 검이...”
“너, 거기서 뭐하냐.”
한창 중요한 하이라이트 부분인데 볼프강은 그걸 아주 멋지게 끊고 불쑥 들어왔다. 한숨 좀 자라고 했던 후배가 지금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나 나누고 있다는 것이 언짢은 것도 같았다. 파이는 볼프강에 비해 태연했다.
“볼프강 선배. 정찰 잘 다녀오셨나요?”
“그런 건 진즉에 끝냈지. 이제 갱도 안으로 들어갈 거야. 너...잠은 잘 잔거야?”
“네, 아주 푹 잤습니다.”
쌩쌩한 파이의 얼굴을 보고 볼프강은 그런 거 같네, 라고 말했다. 볼프강은 기지개를 일부러 요란하게 피며 생색을 냈다.
“게으른 후배 때문에 일 많이 했던 선배를 대신해서, 이젠 후배가 나가야하지 않겠어?”
“선배 참 뻔뻔스럽습니다...”
“됐고, 교대다. 난 들어가서 좀 잘련다.”
“어쩔 수 없군요. 제 몫의 정찰도 돌아주신 것이 있으니, 이번 한 번뿐입니다.”
파이는 한숨을 쉬었다. 숙면실로 가는 볼프강을 보며 파이는 도윤에게 양해를 구했다.
“김도윤 대협, 죄송합니다. 아마도 그 뒷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어야할 거 같습니다.”
“괜찮아요. 그럼 임무 조심히 다녀오세요, 손님. 아, 바깥은 아직도 추우니 몸 따뜻하게 하고 가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네...”
그 때의 슈에도, 그렇게 말했었지...이젠 닿을 듯 말 듯 한 옛날 일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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