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잠깐 이리 와 보시죠." "...?" 갑작스러운 후배 겸 사랑스러운 애인의 말에 볼프강은 의구심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의문은 곧장 접고서 보고 있던 e-book에 책갈피를 끼우고서, 태블릿의 전원을 껐다. 파이는 지금 볼프강의 개인실에서, 볼프강의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신발까지 벗고 아주 편안하게 있어서 누가 보면 볼프강이 객(客) 신분일 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읽을 때는 의자가 편하다면서 볼프강은 서재 의자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의자 옆에 쌓인 요깃거리가 제법 많은 걸로 봐서는 의자에서 용케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눈에 보였다. 볼프강은 파이를 따라 침대에 푹- 앉았다. 1인분의 무게가 더해지자, 침대는 잠시 요란스럽게 출렁거렸다. 볼프강과 파이는 서로 마주 보며..
어느 유서 깊은 도시에는 르네상스 시대쯤에 만들어진 오래된 분수대가 하나가 있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그 분수대의 고풍스러움과 오랜 세월을 견딘 인내력에 감탄을 자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허나 이 분수대가 유명해진 것은 앞선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일명 ‘천생연분을 만나게 해주는 분수대’ 라는 것이었다. 그 분수대의 효험에 대한 증언은 인터넷에 카더라 소식으로 들려온 게시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 분수대의 영험함을 무언가에 단단히 꽂혀버린 독실한 신자같이, 그렇기에 한없이 진지한 말투로 주장을 하였다. 이에 이 분수대는 그 유명세에 힘입어 수많은 젊은 남녀들의 필수 배낭여행 코스로 자리 잡게 된 것이었다. 물론 볼프강은 그런 거 믿지 않았다. 그냥 우연의 일치로 일어나게 된 것..
※ 리퀘박스에 ‘볼프파이 볼 때마다 엄마미소 짓는다’ 라는 글이 2개 중복으로 올라가있어서 쓰는 짧은 ‘엄마미소 지어지는’ 볼프파이 2개 01.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데이트, 라고 불리는 걸 시간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저 둘이 본격적으로 할 재간이 없었던 시기의 일이었다. 그래도 모처럼의 둘만 있는 시간이었고, 불과 몇 분 전에 초토화시킨 훠궈의 양은 많았기에 둘은 잠시 그 근처를 산책하기로 결정했다. “참 맛집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선택한 맛집이라고. 맛이 없을 리가 있겠어?” “네이~네이~” 태평스럽게 저런 말은 하지만 볼프강은 안내 책자를 뒤져보면서 밤을 새운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중국인인 파이가 중국 음식을 안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었을 테고, 고향을 꽤 오래 ..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이 있습니다 ‘클로저라는 건, 이럴 때 여간 귀찮단 말이야...’ 볼프강은 아이 패드로 근 한 달 간 있을 일정표를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의 한 달, 스케줄이 꽉꽉 차 있었다. 딱 하루를 빼고. 발단은 아주 사소했다. 며칠 전의 이야기. 소파에 앉아 루나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던 파이가 자신의 뒤에 있던 볼프강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1주년이요? -곧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잖아.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파이의 담담한 반응에 볼프강은 살짝 서운했다. 일일이 날짜 체크까지 다 한 자신이 갑자기 좀 유난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잠시 생각하던 파이는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선배랑 1년이란 시간을 같이 보냈다니... -넌 말을 항상 ..